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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서울경제] 기고_임상시험 흔들기 이젠 멈춰야...이형기 서울대 융합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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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댓글 0건 조회View 143 작성일 17-03-03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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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늦은 봄 미국은 여느 해와 달랐다. 항상 예년 이맘때면 곧 기승을 부릴 폴리오(소아마비)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람들은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 전역에 걸쳐 소아 180만명이 백신 임상시험에 자원하려고 팔을 걷어붙였다. 사람들은 이 아이들을 ‘폴리오 파이오니어’라고 불렀다.

이 중 21만명은 비교를 위해 효과가 없는 가짜약(플라시보)을 투여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폴리오 파이오니어의 결연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결국 이들의 결기와 헌신에 힘입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중보건 실험’이라 일컬어지는 폴리오 백신 임상시험이 성공했다. 그 이후 인류는 폴리오로 죽거나, 사지가 마비되거나, 아니면 호흡 근육이 마비돼 평생을 기계 호흡장치에 의존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해방됐다.

이처럼 임상시험 없이 신약개발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폴리오 파이오니어의 예에서 보듯, 임상시험 참여는 성숙한 시민이라면 모두가 나눠 감당해야 하는 일종의 책무다.

<중략>

신약개발 임상시험을 실시하기 위해 전 세계가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의료 수준이 높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안전하고 윤리적인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는 선진 제도와 인프라가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식약처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성공적인 규제 선진화를 이뤄냈다. 생동성시험의 경우 자료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투명성을 극대화했다. 게다가 연구의 매 단계를 의료기관의 품질관리자가 실시간으로 감독하고, 나중에 식약처가 실사를 통해 일일이 그 결과를 확인하는 제도가 정착된 지 오래다.

안도현 시인이 일갈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폴리오 파이오니어같은 헌신을 기대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임상시험 참여자를 알바로 모욕하고 연구자나 식약처를 발로 차는 일은 이제 멈춰야 한다. 적어도 그들은 누구에게는 한 번이라도 뜨거운 도움을 주는 사람이었으니까.

[서울경제:http://www.sedaily.com/NewsView/1OD7RVBKHP?OutLink=fb#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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