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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오늘 뭐먹지? 융밥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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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댓글 0건 조회View 214 작성일 16-05-1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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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융밥 켜 봐!"

오전 11시,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들어가보는 사이트는 아마도 "융밥(http://www.facebook.com/yoongbab)"일 겁니다. 융대원이 위치한 광교 테크노밸리 내 식당 4곳의 식단을 확인할 수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죠. 뿐만 아니라 D동 2층과 4층, 기숙사 엘리베이터 등 곳곳에 붙어있는 식단표를 보고 그날의 점심, 그리고 저녁까지 고민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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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동 2층에 붙어있는 융밥 식단표. 점심시간만 되면 학생들은 식단표 앞에 모여서 어느 식당을 갈지 고민하곤 한다. >


 

융밥 사이트와 학교 및 기숙사에 매주 월요일마다 바뀌는 식단표. 과연 누가 게시하고 있는 걸까요?

당연히 교직원 또는 식당 직원 분이 게시할 거라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주인공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디지털정보융합전공 박재현 학생입니다.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는 다른 학생이 하고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박재현 학생이 자발적으로 이 일을 이어왔다고 합니다. 인터뷰로 만나봤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디지털정보융합전공 석·박 통합과정 박재현입니다. 연구 분야는 게임입니다.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보드게임 등 여러분들에게 친숙한 바로 그것이죠. 저는 사용자로 하여금 자발적인 동기 부여(motivation)가 일어나도록 하는 게임 내 요소를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한 재미 요소를 실생활에 적용해 이전보다 더 적극적이고 유익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게 제 주된 연구 목적이지 않을까 해요.

이에 관한 좋은 예로 iOS와 안드로이드로 즐길 수 있는 <walkr>라는 게임을 꼽을 수 있을 텐데요. <walkr>는 간략하게 말씀 드리면 사용자의 걸음수를 측정하여 그걸 게임 내 재화로 변환해 즐기는 게임인데, 이 때 사용자가 게임 내 어떤 요소 덕분에 걷고자 마음먹는 건지 분석하는 거죠. 그런 다음, 이러한 아이디어를 참고 및 응용하여 타 분야나 복잡한 문제에 적용하고자 하는 연구 방안을 모색합니다.

융밥 박재현

Q.?융밥을 만든 걸로 알고 있는데 계기가 있나요.

A. 입학했을 당시, 음, 그러니까 2012년 하반기네요. 전공 필수 수업으로 다들 아시는 <융합과학기술개론>을 한창 수강하고 있을 때였죠. 벌써 3년도 더 지난 일인데 팀플 과제로 ‘재미있는 융대원 만들기’를 했어요. 그래서 팀원들과 머리를 싸매고 좋은 아이디어로 뭐가 있을지 생각하다가 페이스북으로 융대원 비공식 페이지를 개설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와서 바로 시행하고자 했지요.

그 전에 페이스북 페이지의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융대원 각 연구실의 생생한 소식을 전달하는 쪽으로 진행하는 걸 목표로 했으나 재미있는 접근이 요구되었기에 너무 딱딱하게 풀면 안 되었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 나가자니 ‘방문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도 제공하는 게 좋겠다’는 내부 의견을 왠지 저버리는 것 같아 아쉬웠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융대원 식당의 식단 정보를 올리면 사람들이 괜찮게 보지 않으려나 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어요. 이게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었는지, 결국 매주 식단도 비공식 페이지에 업로드하는 걸로 합의를 봤습니다.

Q.?그 수많은 옵션 가운데 "식단"을 선택한 이유는.

왜 이런 발상을 했는가 하면, 우선 강의 초반에 “사람들이 점심으로 뭘 먹을까” 결정하는 것도 많은 선택을 요하는 일이라는 문제의식이 수강생들 사이에서 공유된 바 있었습니다. 저도 이 점에 꽤 공감했어요. 매번 점심시간이 찾아오면 연구실 사람들 사이에서 “오늘 뭐 먹을까?”라는 물음이 어김없이 나오고, 그럴 때마다 “시켜먹을까? 아니면 그냥 CJ(현 델리에프에스) 갈래?”와 같은 답변이 이어졌지요. 신입생으로서 연구실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시기였기에 처음 얼마 동안에는 선배들이 먹자는 대로 따랐어요. 그런데 이를 수 차례 반복하다 보니, 누구도 구내식당에서 어떤 음식이 나오는지 잘 모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기억력 좋은 선배가 어쩌다 “오늘 저녁에 돈가스라고 했던 거 같은데….”라고 언급할 때가 있긴 했어요. 식단이 각 식당 출입구에 부착되어 있어서 외운다고 작정하면 얼마든지 외울 수 있었고, 저도 몇 번 그렇게 암기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기억이라는 게 불안정하거니와 식당 네 군데의 메뉴를 일일이 꿰뚫기에는 발품도 팔아야 하고, 기억력의 한계가 있었죠.

한편, 학부 시절 주마다 챙겨봤던 일목요연한 식단 정보도 융밥이 탄생하는 데에 기여했습니다. 학부를 마친 분들이라면 교내 각 식당 메뉴를 정리해놓은 무언가를 적어도 한두 번은 보시지 않으셨을까 하는데 저 또한 그러했죠. 그런 게 우리 대학원에는 왜 없지? 식사시간마다 찾아왔던 선택의 문제와 맞물려 이와 같은 의문이 차츰 머릿속에 똬리를 틀었지요.

Q. 프로젝트는 융개론 수업이 끝난 뒤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네요.

지금의 융밥이 되기까지는 변천사가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융합과학기술개론>의 팀플 과제가 융밥의 전신이었고, 이때가 2012년 4분기에 해당합니다. 그 다음 해 1월 초까지 식단을 페이스북에 올렸던 걸로 봐서 종강하고도 한 2주 정도 더 달렸네요. 어쨌거나 수업이 끝났으니 그곳에 식단을 올릴 이유가 사라진 셈이었죠.

그럼에도 식당 4곳의 식단을 매주 취합하여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걸 그만 두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페이스북 페이지처럼 오픈된 공간은 아니었고, 당시 연구실이 있던 방 출입문에 식단을 부착하는 걸로 활동 범위를 좁혔어요. 출입문 한쪽 구석에 연구실 사람들이 각종 배달음식업체 스티커형 전단지를 모아 붙이곤 했는데 식사시간 때마다 그곳에 모여 뭘 먹을까 입씨름을 했지요. 일종의 메뉴판 역할 같은 거였죠. 그렇다면 교내 식당 정보도 곁들이면 어떨까 했던 게 2014년 2월 가까이 이어질 줄은 사실 저도 몰랐습니다. (웃음) 지금 와서 하는 말이지만, 연구실 및 몇몇 디융과 분들의 호응이 없었다면 분명 도중하차했을 거예요.

융밥 페이스북 페이지가 등장한 건 이다음부터였어요. 그 해 3월 신학기가 시작할 무렵, 오로지 식단 정보만을 전달하자는 취지로 첫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이곳 융대원에는 디융과 사람들 외에도 각양각색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 많으므로 그 분들의 한 주 식사에도 도움이 된다면 좋으리라 생각했어요.

초기에는 식당 4곳의 식단 외에 맥도날드나 중국집 등 광교테크노밸리 주변 업소 정보도 제공하자는 원대한 바람 같은 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 혼자서 주변 업소 정보를 전한다는 건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일이 늘어나면 중간에 지쳐서 관둘지도 모른다는 판단 하에 그냥 하던 대로 하자면서 쭉 밀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 편이 더 책임감 있게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일이라 판단했으며, 결과는 여러분들이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Q.?융밥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A. 융대원 및 근처 식당 4곳의 식단 정보를 융대원 내부인들에게 꾸준히 제공하자. 이게 융밥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을 거고, 이를 위한 운영 방법은 지극히 단순한 편이에요. 차세대융합기술원, R&DB,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한국나노기술원의 매주 식단을 사람들이 주로 소통하는 플랫폼에 업로드하여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면 되었거든요. 그러한 플랫폼으로는 페이스북을 선택했고, 오늘날에 이른 거죠.

그런데 각 식당마다 식단을 공개하는 스타일에 차이가 있어서 처음에는 이를 잘 맞춰야 했습니다. 먼저 차세대융합기술원과 한국나노기술원은 영양사 분한테 이메일 주소를 알려준 사람에 한해서, 그리고 R&DB와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곳 가입자에 한해서 식단 정보를 제공하거든요. 그래서 영양사 분을 직접 찾아가 이메일 주소를 전해드리는가 하면 카페에 가입도 해야 했죠. 여기까지는 큰 문제없었습니다만, 당연하게도 식당마다 영양사 분이 다르기 때문에 식단이 업로드되는 시각도 저마다 달랐습니다. 보통 차세대융합기술원과 한국나노기술원의 식단은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에 이메일로 통보되는 반면, R&DB와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식단은 한 주가 시작되기 전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카페 게시판을 통해서 식단이 올라왔거든요.

이 모든 걸 취합해서 하나로 담으려면 아무래도 월요일 오전이 적절했지요. 점심을 보통 11시 반부터 시작하니까 그 이전에는 어떻게든 식단을 올려야 했습니다.

이 점은 오프라인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스스로의 약속이었어요. D동 건물에 거주하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아실 거예요. C동과의 연결통로로 진입하기 전에 A4 용지 4장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걸요. 보통 월요일 오전을 기점으로 하여 저번 주 식단을 신규 식단으로 대체합니다. 그리고 제 소속이 디융과이다 보니, 디융과의 주요지인 D동 4층 승강기 두 곳 옆에 식단을 부착하기도 했지요.

 

Q. 아무 생각없이 이용해왔는데, 그 뒤에 박재현 학생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네요. 감사드립니다. 융개론 수업을 통해서 만들게 된 거라면 주변에서도 도움을 받으셨을 것 같은데요.

A. 안그래도 지금까지 융밥을 거의 제 힘만으로 만들어낸 듯한 인상이 드실까봐 약간 조마조마했는데요, 사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답니다. 융밥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과 커버 사진을 손수 꾸며준 UX랩 유지형 형 덕분에 초기의 조악한 페이지에서 좀 더 세련된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방문객 분이 주신 피드백도 무척 유용했어요. 융밥을 운영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모든 식단에 다 식당 운영 시간이 기재된 건 아니었고, 이 점을 날카롭게 꼬집어 주셨거든요. 그 밖에도 뿌듯함을 느낄 일이 꽤나 많았습니다. 글에 좋아요 버튼을 눌러 주신다거나 격려 메시지를 써주시거나 때때로 지인 분들에게 소개까지 해주시는 등 페이지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 하나하나가 오늘날 융밥을 튼튼히 만든 활력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은 MARG랩 유수연 님께서 융밥 관리자로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인사를 꼭 남기고 싶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뿐이지만 은근히 신경 쓰일 때가 있는데, 융밥 관리를 자청하여 이어받겠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고, 또 고맙기 그지없었거든요. 융밥을 운영할 수록 제가 언제까지고 각 식당의 식단을 받아 올리는 건 무리라는 고민이 뒤따르기도 했는데 이를 멋지게 해결해주셨죠. 앞으로도 융밥이 계속될 수 있도록 유수연 님께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Q. 박재현 학생이 생각하는 융대원만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융밥 인터뷰이다 보니, 먹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최근에 입학하신 분들은 잘 상상이 안 가실 듯한데, 불과 삼사년 전만 해도 외식하러 나갈만한 데가 새마을식당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술 한 번 마시려면 아주대로 건너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브뉴프랑을 비롯하여 여기저기 상가가 들어섰고 그로 인해 먹거리 선택 폭이 넓어졌죠.

이게 어째서 장점인지는 본교 관악캠퍼스와 비교하면 이해가 빠르실 거예요. 연건캠퍼스는 대학로에 있어서 해당사항이 없을 테지만, 관악캠퍼스에서 외식을 감행하려 한다면 꽤 각오를 해야 합니다. 학부생이라면 녹두나 낙성대, 또는 서울대입구역 주변으로 버스를 타고 가서 신나게 먹고 마시며 룰루랄라 헤어지면 그만인데, 대학원생은…. 그러기가 보통 어렵죠. 대다수가 점심이든 저녁이든(때로는 새벽이든) 연구실로 복귀를 해야 할 거고, 늘 왕복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교가 워낙 크고 교통편이 좋지 않은 데에 있다 보니, 한 번 나왔다 들어가기가 번거로운 게 사실이죠.

이에 비해 융대원, 즉 광교캠퍼스는 언제든지 도보로 조촐한 외식 모임을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답니다. 게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쉽지요. 참 이상적인 연구 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이왕 먹거리로 이야기를 풀었으니 먹거리 질문으로 마무리 할까 해요.. 광교캠퍼스 맛집추천 부탁드려요!

A. 참 난감한 질문입니다만 소소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곳을 하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룸?메이트 형이랑 여러 번 갔던 곳인데 기숙사 바로 맞은편 건물, 그러니까 횡단보도를 건너 새마을식당으로 가기 전 CU 편의점 옆에 콩나물집이 있어요. 콩나물국, 콩나물비빔밥, 비빔국수?같은 걸 메뉴로 내놓고 있는데 맛도 괜찮고, 무엇보다 24시간 운영한다는 게 큰 장점인 곳이랍니다. 이른 새벽에 출출할 때 찾아가도 주인아주머니께서 반겨주시곤 합니다.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아침을 먹기에는 좀 기다려야 한다 싶을 때 가기 딱 좋죠.

 

끝으로?마이데스크 코너입니다.

 

KakaoTalk_20160512_100414030연구실 제 자리입니다. 실험실이나 특수 장비를 요하는 연구가 아니어서 책상 위에 이것저것 좋아하는 것들을 진열해두었습니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심슨 쿠키는 허기질 때 하나씩 꺼내서 먹곤 합니다.

 

앞으로도 융밥 잘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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